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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5-11-23 00:00
자동차 업체들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시사하듯 환경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엄청난 과징금을 물어내야 할 뿐 아니라 기업 신뢰도 훼손으로 브랜드 자체가 무너지는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2021년부터 한 단계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사업 방향까지 수정하며 환경 규제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현대·기아차, 배출가스 감소 경쟁에서 뒤처진 유일한 업체”
현대·기아자동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경쟁에서 밀린 유일한 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외신들은 현대·기아차의 2014년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이 1㎞ 당 131g으로 2013년(130g)보다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현대·기아차가 2021년에는 1㎞ 당 평균 9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 2021년 새로 도입되는 기준(1㎞ 당 95g)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배출량 목표치 1g을 초과할 때마다 자동차 한 대당 95유로(12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토마스 고에틀 PA컨설팅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기아차의 배출량 감소 실적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가솔린·디젤 엔진 모두 경쟁사들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외에 폴크스바겐, BMW, 재규어-랜드로버도 제때 새 기준을 맞추지 못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푸조-시트로엥과 피아트-크라이슬러, 르노-닛산, 도요타, 볼보는 목표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 2017년 실도로 주행 배출량 규제 엄격해져…독일 업체들은 ‘아우성’
독일 업체를 제외한 유럽 업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이 한층 강화되는 것은 물론 2017년부터 새로운 배출 가스 규제 기준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7년부터 현행 실내 배출가스 인증시험에 실제 도로 주행시 나오는 배출가스 측정을 추가키로 했다. 도로 주행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는 실내 인증 기준의 2.1배를 초과하면 안 된다. 2020년부터 실도로 주행 배출량이 실내 인증 기준의 1.5배를 넘으면 안 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는 올해 5월 유럽 연합에 차량 배출가스 검사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처음 이 기준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돌 때 독일 업체들은 비상 상황이었다"며 "독일 업체들의 강력한 요구로 새 기준 도입이 1년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 “여기서 뒤처지면 끝”…친환경차 개발에 사활 걸어
업체들은 사업 방향까지 수정하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중장기 개발 계획을 디젤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바꿨다. 폴크스바겐은 대형 세단 페이톤을 전기차로 출시,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소형차에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기차 생산 플랫폼도 개발하기로 했다. 아우디는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2018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소형 전기차 i3로 재미를 본 BMW는 5시리즈 기반의 전기차 i5를 준비하고 있다. 2016년에는 3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 번 충전으로 400~500㎞를 달릴 수 있는 세단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C·S 클래스 PHEV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 업체들은 11월 8일 끝난 도쿄 모터쇼에서 새로운 친환경차를 앞다퉈 선보였다.
혼다는 한 번 충전으로 700㎞를 주행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클래리티를 공개했다. 혼다의 첫 수소연료전지차다. 2016년 3월 일본 시장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렉서스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한 수소연료전지차 콘셉트카 LF-FC를 첫 공개했다. 4륜구동 방식과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해 친환경은 물론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 프리우스 4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올해 12월 일본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2016년 상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2020 연비향상 로드맵’으로 현재 상황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은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 연비를 지금보다 25% 이상 개선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이다.
친환경차를 현재 7개 차종에서 2020년까지 25개로 늘리는 등 친환경차 라입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2016년 초 하이브리드 전용차를 출시하고, 같은 해 상반기에 전기차 전용 모델인 'AE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럽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를 한 대도 팔 수 없게 된다"며 "유럽연합의 새로운 환경 기준에 맞춰 2020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