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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가솔린·디젤…한 핏줄 8형제 성격은 천양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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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6-05-28 00:00

경유차 배기가스 이슈로 들여다본 '석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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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곳곳에 없어서는 안될 주요 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석유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또다시 수난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경유차에서 내뿜는 배출가스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유 사용을 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황, 지역 분쟁, 환경 오염 등 부정적인 뉴스가 있을 때면 석유는 배후 세력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부터 사용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해온 석유가 이처럼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은 없을 것이다.

석유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현대 문명을 성장시켜온 동력이었다. '산업의 쌀'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에 비하면 억울할 일이다. 타르처럼 끈적끈적한 원유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다. 여기에 황·질소·산소 등이 소량 함유돼 있다.

휘발유·디젤(경유) 등 모든 유종의 성분들이 섞여 있는 원유를 가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계속 열을 가해 끓이는 것이다.

원유 주성분인 탄화수소를 증류해 분리시켜서 휘발유·등유·디젤 등 주요 성분을 분리해 뽑아내는 식이다. 유종별로 끓는점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가장 끓는점이 낮은 액화석유가스(LPG)부터 분리된다. 상온에서는 기체로 존재하는 LPG를 시작으로, 끓는점이 350도 이상인 중유까지 온도가 올라가면서 분리된 각기 다른 성분들을 식혀내서 각각의 저장고에 담아내면 휘발유·등유·디젤 등 서로 다른 유종이 되는 것이다.

환경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최근 정유사들이 적용하는 실제 과정은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단순 정제를 통해 주요 성분(납사·등유·디젤·중유 등)을 뽑아낸 뒤에 이 성분들을 다시 한 번 걸러내는 고도화설비(개질·탈황·분해 설비) 등을 통해서 유종별로 생산해내는 것이다. 개질(改質)은 휘발유 옥탄가를 높이는 방식 등으로 품질을 높이는 것을 뜻하며 탈황은 황 성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처리 방식은 복잡해졌지만 기본 원리는 열을 가해 끓는점의 순서대로 뽑아내는 것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정유업계에서 석유정제 과정을 가마솥에 밥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마솥(증류탑)에 쌀(원유)을 넣고 끓였더니 8층밥(석유 제품)이 됐다는 식이다. 수증기에 해당하는 LPG부터 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찌꺼기)까지 총 8단계로 나뉜다는 것. LPG와 찌꺼기 사이에는 끓는점이 낮은 순서대로 휘발유-나프타-등유·항공유-디젤-윤활유-중유(벙커C유)로 분리된다. 국내 정유 4사 등에서 이렇게 처리하는 원유가 하루에 250만배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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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초창기에는 온도를 달리한 가마솥을 이용해서 개별 유종 등을 생산해냈다. 원시적인 방법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1912년 미국 트램블이 가열로와 정류탑을 조합한 연속증류법을 개발하면서부터다. 이렇게 현대적인 정제 과정이 도입되면서 유종도 다양해지고 활용처 역시 바뀌었다. 정제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산되는 LPG는 부탄과 프로판이 주성분이다. 부탄은 LPG 차량 등에 사용되고 프로판은 주로 가정에서 취사나 난방에 쓰인다. 기체다 보니 운송·수송 등은 편하지만 끓는점이 워낙 낮아서 인화와 폭발 위험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휘발유는 안정적인 연소가 장점인 대신 폭발적인 힘은 없다. 승용차 등에서 휘발유를 쓰는 것도 안정성에 주목한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생산되는 것이 나프타, 흔히 '납사'라 불리는 물질이다. 나프타는 이후 화학회사 등의 공정을 거쳐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으로 바뀌어 각종 화학제품의 기초가 된다.

등유는 끓는점이 100도 이상이다. 그래서 정제 방식이 원시적인 시절에도 타 유종에 비해 안정적으로 생산이 이뤄질 수 있었다. 초기엔 전등·난방용 등으로 많이 사용됐지만 지금은 난방 등에서는 더 효율이 좋은 디젤 등이 사용된다. 대신 등유는 고온·고압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으로 인해 별도의 정제 과정을 거쳐 항공유 등에 활용되고 있다.

등유 다음으로 나오는 디젤은 효율이 높아 발전·차량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흔히 벙커C유로 불리는 중유는 끈적끈적한 원유와 비슷한 느낌의 기름이다. 원유에 가장 많이 포함된 성분(30~50%)이다 보니 싸서 대형 발전·선박 등의 연료로 활용된다. 다만 인화점, 끓는점이 높다 보니 연소시키기 어렵다. 불완전연소로 매연도 심해 최근에는 점차 활용하는 곳이 줄고 있다.

중유의 활용이 줄면서 환경 오염과 관련된 논란이 있을 때면 디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디젤 중에서도 디젤 차량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와 디젤, LPG와 압축천연가스(CNG)의 배출가스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놓고 업계 간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디젤이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지만 일산화탄소(CO)나 탄화수소(HC) 항목에서는 디젤이 가장 적은 양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디젤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친환경의 잣대로 평가하던 시기에 디젤이 클린에너지가 됐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정유업계는 "디젤만 미세먼지를 양산하는 것은 아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실험에서는 디젤 차량이 ㎞당 0.0021g의 미세먼지를 배출했지만 LPG(0.002g), 휘발유(0.0018g), CNG(0.0015g) 등도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억제론 나오지만…'클린 디젤 '충분히 가능

정녕 클린디젤은 불가능한 꿈인가.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클린디젤이 희대의 사기극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 이전에 디젤에 대한 기대가 맹목적이었던 것과 비슷하게 최근의 '디젤 무용론'도 사실을 오도하는 측면이 있다. 클린디젤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개발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충분히 가동시킨다면 저감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이렇게 하려면 투자비가 많이 들고 차값이 올라간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경유차 '질소산화물 배출량' 시험 결과에서 시험 대상 20개 차량 중 19개 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인증 기준에 부합한 차량은 전체 20개 차량 중 BMW 520d가 유일했다.

520d는 기준치의 0.9배에 해당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전체 평균(6.8배)을 크게 밑돌았다. BMW는 일정 온도 이상에서 엔진 보호를 위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작동을 멈추도록 한 다른 차량들과 달리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EGR를 지속 가동시키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520d 사례에서 보듯 EGR 작동이 멈추는 빈도를 줄이고 값비싼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설치하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했을 때 대부분 차량은 연비 저하가 일어나고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대중 모델 차량에서는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 어렵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솔린과 달리 디젤 엔진은 기술 진보의 여지가 매우 큰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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