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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세탁기 전쟁' 조성진 사장, 더 크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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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5-11-26 00:00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부 사장/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부 사장/LG전자 제공

‘세탁기의 달인’ 조성진 LG전자 H&A사업부 사장(57)이 LG전자 각자 대표이사 대열에 합류한다. 조 사장이 (주)LG로 이동하는 구본준 부회장을 대신해 각자 대표 3명 중 한명으로 LG전자를 이끌게 된다.

전자업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삼성전자가 법으로는 조성진 사장을 흔들었지만, 조 사장은 더 크게 살아남았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조 사장은 2013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을 때만 해도 1958년 회사 설립 이후 최초의 고졸 사장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올 초부터는 ‘세탁기 전쟁’의 주인공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독일의 한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부순 혐의로 삼성전자가 조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 사장은 “당시 세탁기를 눌러 본 것은 30년 동안 세탁기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삼성전자는 그와 주요 임원들을 업무방해·명예훼손·재물손괴를 이유로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조 사장은 검찰에 2차례 사전 출두했고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8차례 나갔다. 조 사장은 거래처 미팅, 현지 시장 방문, 사업전략 확정, 신제품 출시 점검에 필요한 시간을 쪼개 공판에 참석했다. 1회 공판에 걸린 시간은 6~10시간이었다. 공판이 예정되면, 창원에서 주로 근무하는 조 사장이 전날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올초 검찰은 이 문제로 LG전자 서울 여의도 본사와 창원 지사를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가 그를 법으로 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적까지 흔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였다. 조 사장이 이끄는 H&A 사업본부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4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미국 한 가전 매장에 전시된 ‘트롬 트윈워시’ /류현정 기자
미국 한 가전 매장에 전시된 ‘트롬 트윈워시’

LG전자 북미 법인은 4분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미국에서 출시된 트롬트윈워시를 팔겠다는 미국 유통 매장 수가 전년 대비 2배 가량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드럼세탁기 하단에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했다.

일찌감치 LG전자 내부에서는 조 사장이 사장단 중 가장 확실한 유임 카드라는 전망이 나왔다.

‘모터’ 등 부품에 정통한 조 사장이 2013년 사장 승진 이후 단행한 H&A사업부 조직 개편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조 사장은 ‘컴프레서&모터(C&M) 부’를 사업부와 통합했다. C&M부는 일종의 부품 개발 부서로 수십년 동안 사업부와는 떨어진 별개 조직이었다.

조 사장은 모터에 관한 한 사내 최고 전문가로 꼽힐 만큼 C&M 부를 꿰고 있었고 부품과 완제품을 한 사업부에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밀어붙였다. 이 덕분에 제품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고 제품 성능은 올라갔다.

그는 세탁기용 DD(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개발(1998), 식기세척기용 인버터 모터 개발(2002), 청소기, 정수기용 스마트 인버터 모터와 스타일러 인버터 컴프레서 모터(2015)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LG전자를 세계 세탁기 강자 반열에 올려놓은 DD모터(세탁통과 모터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 기술과 관련한 LG전자의 특허 출원수는 150건이 넘는다. 경쟁사들은 이 특허를 침범하지 않기 위해 회피 설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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