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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vs 수소차…테슬라-현대차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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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5-10-02 00:00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스캔들은 자동차 역사에 어떤 식으로 기록될까. 혹자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기술할지도 것이고 또다른 이는 친환경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술적 재도약을 촉발한 액땜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전자가 될지 후자가 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견할 수는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폭스바겐 스캔들을 계기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기차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시장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덩달아 LG화학이나 삼성SDI 같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주가도 뛰고 있다.

전기차는 미래 전망이 엇갈리는 차종이다. 포스트-내연기관을 주도할 주력 차종이 될지, 기술적 한계로 2번째 자동차로 남게 될지 견해가 충돌한다. 순수전기자동차의 미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차량 제조사가 국내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의 미래차종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은 순수전기차가 내연기관의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지난 5월 이 센터장은 EVS28 국제 전기차 심포지움에 참석해 “향후 친환경차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거는 전기차의 배터리 문제다.

이 센터장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기술혁신이나 비용 절감에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 기준점인 최대 주행거리 400km를 극복할 만한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맥락에서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대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쏘울EV의 경우 배터리 한계로 최대 주행거리가 148km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격은 4200만원으로 웬만한 세단급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결국 배터리 문제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대차는 수소차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 양산 모델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 투산ix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 양산 모델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 투산ix(이미지 출처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 투산ix 수소 연료전지차는 1회 충전으로 415km 이상을 운행할 수 있는데다 충전 시간이 3분 가량으로 짧아 내연기관 차량 대체제로서 적합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다만, 높은 차량 가격이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0년까지 8500만원인 현재 수소차 가격을 절반으로 떨어트릴 계획이다.

이 센터장의 전망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시간 9월30일 공개된 테슬라 모델X 90D의 최대 주행거리는 257마일, 즉 413.6km다. 전작인 모델S 85D는 최대 주행거리가 434km로 20km 이상 더 나간다. 국내 도로로 따지면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행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시속 25마일로 주행하면 최대 700km까지 운행할 수 있다고 했다. 배터리 성능이 매해 5~10%씩 개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뒤엔 1회 충전으로 1천km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만약 그의 구상대로 순수전기차가 제작된다면 이기상 센터장의 예측은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

전기차 시대를 위한 테슬라의 치밀한 준비

테슬라가 미국에 구축한 슈퍼차저 충전소 현황.(이미지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가 미국에 구축한 슈퍼차저 충전소 현황.(이미지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전기차의 미래를 비관하는 요소는 비단 최대 주행거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충전 인프라, 전력 생산량, 주택의 구조 등 다양하다. 테슬라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역시 충전 인프라다.

테슬라의 배터리 충전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쪽은 무료 급속충전 방식과 다른 한쪽은 유료 교체 방식이다. 테스라가 개발한 무료 충전소(슈퍼차저)는 태양광으로 작동되는데다 시간도 100% 충전까지 1시간15분으로 단축시켰다. 충전소에 세워두고 점심식사를 즐기면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테슬라 쪽 설명에 따르면 30분 충전해도 170마일(273km)은 거뜬히 오갈 수 있다.

테슬라는 아예 슈퍼차저 특허도 무상으로 개방했다. 충전 인프라의 전세계적 확산을 위해서다. 라이선스 비용 없이 경쟁사라도 얼마든지 테슬라 특허를 이용해 슈퍼차저를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전세계 520곳의 충전소에 2935개의 슈퍼차저가 설치돼있다.

배터리 팩 교체 방식은 테슬라의 비밀병기다. 일반 차량 소유주 입장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충전 시간은 불편함 그 자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테슬라는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시스템을 2013년에 선보였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90초 안에 완전 충전되 배터리로 갈아탈 수 있다. 다만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테슬라 쪽은 세단급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드는 비용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s://vimeo.com/68832891#t=43

 

전기차의 주행거리 보증수표 ‘자율주행’

자율주행 기능도 배터리 성능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자율주행은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보증수표와도 같은 존재다. 테슬라는 10월말 펌웨어 업데이트를 단행하면 모델S 최신 차종에 ‘오토파일럿’ 기능이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인간의 운전 편의를 높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역할도 도맡게 된다.

최근 IT 거인들이 내놓은 전기차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기본 탑재되는 흐름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도 자율주행 모드를 기본으로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율주행은 전기차엔 구세주와도 같다. 최대 주행거리를 늘려주거나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럭스 리서치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테슬라 모델S 전기차의 경우 최대 주행거리를 38km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니면 동일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대당 1800달러의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도 했다. 전기차 생산 기업으로선 자율주행을 반드시 품고 가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구글, 애플에 비견할 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일각에선 내연기관 자동차로 성장한 BMW나 닛산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도 받는다.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해 테슬라 오토파일럿 개발자를 무리하게 영입한 것도 테슬라의 기술적 우위를 반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수소차 진영이 강조해왔던 전기차의 기술적 한계는 테슬라가 새로운 역사를 써가면 차근차근 깨트리고 있다. 1~2년 안에 최대 주행거리 1000km를 넘어설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호언이 그저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실은 이 때문이다.

초반은 전기차 우세, 수소차는 아직

9월30일 공식 출시된 테슬라 모델X

9월30일 공식 출시된 테슬라 모델X

내연기관 이후 친환경 차량의 초반전은 전기차의 우세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이미 전기차 시장은 2014년 기준 21만대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0년이면 20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비해 수소차는 시장 판매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서도 전기차에 한참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2013년 출시 이후 투싼ix 수소차는 올해 7월까지 273대밖에 팔지 못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테슬라 모델S는 이미 누적 수만대가 팔려나갔다. “수소차 개발은 멍청한 짓”이라 했던 일론 머스크의 발언은 아직까진 유효한 셈이다.

전기차 중심의 시장이 구성되더라도 당장 현대기아차에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따라 순수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둔 상태다. 나름 기술적 우위에 선 수소차 분야에 내부 자원을 더 집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수소차가 주도하는 시대겠지만, 수소차와 전기차가 공존하는 흐름으로 가도 나쁘지만은 않은 그림이다.

다만, 순수전기차 주도 시장으로 급속히 쏠릴 경우 현대기아차는 테슬라 대비 상대적 열위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전기차 시장에 문을 두드려오며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테슬라 수준에까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현대기아차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2019년이면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가세한다. 애플의 자동차 시장 잠재력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

전기차의 미래를 바라보는 두 회사의 작은 관점의 차이가 10년 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 전기차의 상용화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유영면 미래형자동차개발단장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기상 센터장과 일론 머스크, 그들의 전망과 근거에 따라 국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울고 웃게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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